(3/5) 공급이 최대 리스크 — 연 100억 장 인쇄와 감정 인구 리포트가 말하는 것
🃏 포켓몬 카드 수집과 투자 — 투자자 관점 실사 보고서 5부작 — 카드 한 장이 250억 원에 팔렸고, 국내 거래액은 반년 만에 35배가 됐어요. 그런데 “그래서 사도 되나”에 답하려면 수집가가 아니라 투자자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이 시리즈는 포켓몬 카드를 하나의 대체자산으로 놓고 실사하듯 뜯어봤어요. 자산군 정의와 흔히 인용되는 수익률 지수의 함정(1편), 왕복 마찰비용과 손익분기(2편), 공급 구조(3편), 수요와 규제 리스크(4편), 그리고 그래도 하겠다면 지킬 실행 규칙(5편)까지. 낙관도 비관도 아니고, 숫자가 어디까지 버티는지를 봅니다. 전체 5편.
- 포켓몬 카드는 자산인가 — 시장 구조와 ‘3,821% 지수’의 진실
- 왕복 비용부터 계산하자 — 감정료 · 수수료 · 관세 · 세금
- 공급이 최대 리스크 — 연 100억 장 인쇄와 감정 인구 리포트 ← 지금 글
- 수요는 어디서 오고 언제 멈추나 — 사이클 · 규제 · IP 리스크
- 그래도 한다면 — 배분 · 선별 · 보관 · 매도 · 세무 실행 규칙
Summary
수집품 투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희소하다” 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투자 문맥에서 쓰일 때는 조건이 하나 붙어야 해요. “앞으로도 안 늘어난다” 는 조건이요.
지금 희소한 것과 앞으로도 희소할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그리고 포켓몬 카드에서 이 구분은 생사를 가릅니다.
이번 편은 숫자 하나로 시작할게요. 연간 100억 장. 포켓몬 카드가 지금 1년에 찍히는 양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3년 연속으로 매년 100억 장씩 늘어왔어요.
💡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1차 공급 — 제조사가 지금 찍고 있는 양과 2028년 증설 계획
- “품귀”의 정체 — 총량 부족인가 배분 문제인가
- 2차 공급 — 감정 인구 리포트가 희소성을 어떻게 희석하나
- 베이스 세트 리자몽 1년 추적 실측 데이터
- 3년간 PSA 10 이 단 6장만 늘어난 이유, 그리고 그게 왜 위험 신호이기도 한가
- 재감정(crack & resub)과 등급 인플레이션
- 리프린트 리스크 — IP 소유자는 언제든 공급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진짜로 공급이 고정된 건 무엇인가
1. 1차 공급 — 제조사가 찍고 있는 양
먼저 공표된 숫자부터 봅시다.
| 항목 | 숫자 |
|---|---|
| 누적 인쇄 총량 (2026년 3월 기준) | 850억 장 이상 |
| 직전 1년(2025.3~2026.3) 증가분 | 약 100억 장 |
| 그 전 시점 누적 | 750억 장 |
| 연간 증가 추세 | 3년 연속 약 +100억 장 |
감이 잘 안 오는 숫자라 몇 가지로 환산해볼게요.
- 세계 인구를 80억 명으로 잡으면, 1년에 지구인 1인당 1.25장씩 찍히고 있습니다.
- 30년 누적 850억 장 중 최근 1년치가 약 12% 예요. 역사 전체의 8분의 1이 작년 한 해에 찍혔습니다.
- 한국 인구 5,100만 명 기준으로 나누면 1인당 연 196장 입니다.
그런데도 물건이 없습니다
여기가 헷갈리는 지점이에요. 이렇게 찍는데 왜 오픈런을 할까요.
포켓몬 컴퍼니는 2025년 초부터 “최대 생산능력으로 찍고 있다” 는 취지의 입장을 냈고, 그럼에도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지금의 품귀는 총량 부족이 아니라 수요 폭증 이 원인이에요.
그리고 제조사는 이 문제를 풀 계획을 이미 발표했습니다.
2025년 12월, 포켓몬 카드 인쇄를 담당하는 밀레니엄 프린트 그룹(Millennium Print Group)이 약 1,270,000제곱피트 규모의 신규 인쇄 공장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2027년 완공, 2028년 후반 본격 가동 예정이고, 이로써 연간 인쇄능력이 100억 장 → 180~200억 장 수준으로 약 두 배가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문장을 다시 읽어야 해요.
🚨 공급 부족이 원인인 가격 상승은, 공급 증설이 끝나면 사라집니다.
지금 모던 카드 가격을 밀어올린 동력의 상당 부분이 “못 산다”는 사실 자체예요. 발매일에 못 사서 웃돈을 주는 구조요. 그런데 제조사가 그 문제를 풀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시점도 못 박았습니다. 2028년 말이에요.
다른 자산에서 이런 상황을 뭐라고 부르는지 생각해보세요. 증설이 예고된 공급 부족 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신규 팹 가동이 시작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들 알잖아요.
그래서 모던 카드의 “희소”는 무슨 뜻인가
모던 세트의 SAR 카드가 “1박스에 한 장 나올까 말까”인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건 세트 안에서의 상대 희소성 입니다. 절대 수량은 전혀 적지 않아요.
인기 세트 하나가 수억 장 단위로 찍히고, 그 안에서 특정 SAR 이 0.5% 확률로 나온다면 그 카드의 절대 수량은 수십만 장 입니다. “희귀 카드”의 발행량이 웬만한 상장사 주식 수보다 많은 셈이에요.
2. 2차 공급 — 감정 인구 리포트
1차 공급이 제조사가 만드는 것이라면, 2차 공급은 “이미 존재하는 카드 중 등급을 받아 시장에 나오는 물량” 입니다. 여기가 빈티지 투자자가 반드시 봐야 할 지점이에요.
PSA 는 등급별로 몇 장이 존재하는지를 인구 리포트(Population Report) 로 공개합니다. 이 숫자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여요. 계속 늘어납니다. 감정이 취소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베이스 세트 리자몽 1년 추적 실측
커뮤니티에서 베이스 세트 리자몽의 인구를 1년간 추적한 자료가 있습니다. 실측치라 아주 유용해요.
1st Edition (가장 비싼 버전)
| 등급 | 시작 | 1년 후 | 증가율 |
|---|---|---|---|
| PSA 10 | 120 | 120 | 0% |
| PSA 9 | 621 | 640 | +3% |
| 전체 | 2,202 | 2,464 | +12% |
Shadowless
| 등급 | 시작 | 1년 후 | 증가율 |
|---|---|---|---|
| PSA 10 | 51 | 53 | +4% |
| PSA 9 | 511 | 561 | +10% |
| 전체 | 2,254 | 2,862 | +27% |
Unlimited (가장 흔한 버전)
| 등급 | 시작 | 1년 후 | 증가율 |
|---|---|---|---|
| PSA 10 | 403 | 430 | +7% |
| PSA 9 | 4,088 | 4,568 | +12% |
| 전체 | 10,165 | 13,291 | +31% |
이 표에서 읽어야 할 것
① 최상위 등급은 잠겨 있습니다. 1st Edition PSA 10 은 1년 동안 한 장도 안 늘었어요. 이게 왜 이 카드가 비싼지에 대한 답입니다. 공급이 사실상 정지 상태예요.
② 그 아래는 빠르게 늘어납니다. 같은 1st Edition 도 전체 인구는 12% 늘었어요. Unlimited 는 1년에 31% 가 늘었습니다. 3년이면 두 배가 넘는 속도예요.
③ 그러니까 “베이스 세트 리자몽에 투자한다”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PSA 10 을 사는 것과 PSA 7 을 사는 건 공급 구조가 완전히 다른 두 자산이에요. 하나는 공급이 멈춰 있고, 하나는 연 30%씩 늘어납니다.
3년간 PSA 10 이 6장만 늘어난 이유
같은 추적 자료에 흥미로운 관찰이 하나 더 있습니다. 2017년 9월부터 2020년 9월까지 3년 동안 1st Edition PSA 10 은 단 6장만 추가됐어요.
이유가 나옵니다. 미개봉 실드 박스 가격이 너무 올라서, 박스를 뜯는 게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되게 됐다 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1st Edition 박스가 수억 원인데, 뜯어서 리자몽이 나올 확률과 그게 PSA 10 을 받을 확률을 곱하면 기대값이 박스 가격에 못 미쳐요. 그러니 아무도 안 뜯고, 안 뜯으니 새 PSA 10 이 안 나오고, 안 나오니 더 비싸집니다.
⚠️ 그런데 이건 양날의 칼입니다.
“박스가 비싸서 안 뜯는다”는 균형은 박스 가격이 떨어지면 깨집니다. 박스 시세가 하락해서 개봉 기대값이 박스 가격을 넘는 순간, 사람들은 다시 뜯기 시작해요. 그러면 잠겨 있던 PSA 10 공급이 풀립니다.
즉 최상위 등급 카드의 희소성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가격 균형에 의해 유지되는 상태 예요. 균형이 깨지면 희소성도 깨집니다. 미개봉 박스가 곧 잠재 공급 저수지 라는 걸 잊으면 안 돼요.
3. 등급 인플레이션과 재감정
인구 리포트가 늘어나는 경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미 감정받은 카드를 다시 감정받는 것.
크랙 앤 리섭 (crack & resub)
PSA 9 를 받은 카드를 슬랩(케이스)에서 꺼내 다시 제출하는 관행이에요. 감정에는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니까, 같은 카드도 심사자와 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9 와 10 의 가격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이 시도가 경제성을 갖게 돼요.
여기서 확률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중요합니다. 시도 횟수가 늘어나면 10 의 개수는 늘어납니다. 한 카드가 10 을 받을 확률이 20%라면, 다섯 번 시도하면 한 번쯤은 나오거든요. 그리고 10 이 한 번 나오면 그걸로 끝이에요.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이건 인구 리포트가 실제 카드 상태 분포보다 상단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구조적 편향 이에요. 9 가 하나 사라지고 10 이 하나 생기는 게 아니라, 9 의 카운트는 남은 채로 10 이 하나 생기는 경우도 있어서(케이스를 깨면 그 슬랩은 사라지지만 리포트 반영은 별개) 실제 유통 물량과 리포트 숫자가 어긋납니다.
감정 회사가 여럿입니다
PSA 만 있는 게 아니에요. BGS, CGC, SGC 가 다 같은 카드를 감정합니다. PSA 10 이 120장이라고 해서 “완벽한 상태의 리자몽이 120장”인 게 아니에요. 다른 회사의 최고 등급까지 합치면 더 많습니다.
그리고 감정 회사들은 감정료가 매출인 사업체 입니다. 제출 물량이 늘어나는 게 이들에게는 좋은 일이에요. 1편에서 짚었던 이해상충 구조가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4. 리프린트 리스크 — IP 소유자는 공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의 가장 과소평가된 리스크라고 생각해요.
포켓몬 컴퍼니는 원할 때 옛날 카드의 아트를 다시 찍을 수 있습니다. 기념 세트에 클래식 일러스트를 재수록하는 건 이미 여러 번 있었던 일이고, 2026년은 30주년 이라 기념 상품이 쏟아지고 있어요.
원본 1999년 카드의 가치가 재판 때문에 곧바로 사라지진 않습니다. 발행 연도와 각인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두 가지가 발생해요.
① “그 그림”의 희소성 프리미엄이 희석됩니다. 리자몽 그 일러스트를 갖고 싶었던 수요 중 일부는 저렴한 재판으로 충족돼요.
② 원본과 재판의 가격차가 좁혀질지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재판이 오히려 원본에 대한 관심을 키워 가격을 올린 사례도 있고, 반대 사례도 있어요.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자산의 공급을 통제하는 주체가 따로 있고, 그 주체는 내 편이 아닙니다. 포켓몬 컴퍼니의 목적은 카드 투자자의 자산가치 보전이 아니라 게임과 IP 를 파는 것 이에요. 오히려 리셀 시장을 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건 4편에서 자세히 다룰게요.
5. 그래서 진짜로 공급이 고정된 건 무엇인가
지금까지 본 걸 한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대상 | 공급 증가 요인 | 연간 증가 |
|---|---|---|
| 모던 싱글 | 제조사 신규 인쇄 | 매우 큼 |
| 모던 실드 박스 | 제조사 신규 인쇄 | 매우 큼 |
| 빈티지 중저등급 | 창고 물량 감정 유입 | 12~31% |
| 빈티지 PSA 9 | 감정 유입 + 재감정 | 3~12% |
| 빈티지 최상위 등급 | 박스 개봉 시에만 | 0~7% |
즉 공급이 진짜로 고정에 가까운 건 딱 하나 예요.
✅ 1999년에 인쇄된 물량 안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개체.
이건 두 개의 제약이 곱해진 결과입니다. ① 인쇄 부수가 이미 확정됐고 ② 그중 최고 등급을 받을 만큼 보존된 개체가 극소수예요. 그래서 1st Edition PSA 10 리자몽은 1년에 0장씩 늘어납니다.
그런데 여기 불편한 결론이 붙어요. 그 조건을 만족하는 카드는 이미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입니다. 1st Edition PSA 10 리자몽은 2020~21년 고점에 약 42만 달러였다가 조정 후 20만~25만 달러 선이에요.
즉 “공급이 안 늘어나는 카드”에 접근하려면 최소 수억 원이 필요하고, 그 아래 가격대에서는 공급 증가 리스크를 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이게 이 시장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라고 봅니다.
6. 투자 전 공급 체크리스트
카드를 사기 전에 이 다섯 개를 확인하세요. 전부 공개 정보로 확인 가능합니다.
- 이 카드는 지금도 인쇄되는 세트인가? 현행 세트면 공급이 계속 늘어납니다.
- PSA 인구 리포트에서 내가 사려는 등급의 숫자는? 그리고 1년 전 숫자와 비교했을 때 몇 % 늘었나?
- 바로 아래 등급의 인구는 얼마나 되나? PSA 9 가 PSA 10 의 10배라면, 재감정 압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에요.
- 이 세트의 미개봉 박스는 아직 시장에 있나? 있다면 그게 잠재 공급입니다.
- 이 일러스트가 최근 기념 세트에 재수록된 적 있나? 리프린트 이력이 있으면 또 나올 수 있어요.
인구 리포트는 PSA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감정된 카드를 사면서 인구 리포트를 안 보는 건, 주식을 사면서 발행주식수를 안 보는 것과 같아요.
마무리 — 3편의 결론
- 포켓몬 카드는 연간 100억 장 찍힙니다. 누적 850억 장이고, 최근 1년치가 역사 전체의 12%예요.
- 지금의 품귀는 총량 부족이 아니라 수요 폭증이고, 제조사가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이미 공표했습니다.
- 모던 카드의 “희소”는 세트 안에서의 상대 희소일 뿐, 절대 수량은 수십만 장 단위예요.
- 빈티지도 등급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리자몽인데 PSA 10 은 연 0%, Unlimited 전체는 연 31% 늘어나요.
- 최상위 등급의 희소성은 “박스가 비싸서 안 뜯는다”는 가격 균형 위에 서 있습니다. 균형이 깨지면 잠긴 공급이 풀려요.
- IP 소유자는 언제든 리프린트로 공급을 만들 수 있고, 그 주체의 이해관계는 투자자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 진짜로 공급이 고정된 자산은 존재하지만, 접근하려면 수억 원이 필요합니다.
공급 얘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런데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더 빨리 늘면 가격은 오릅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이 수요는 어디서 오고, 언제 멈추는가” 예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글에서는 2020년 붐부터 2026년 현재까지의 사이클을 실제 가격으로 복기하고, 규제와 IP 소유자라는 두 개의 외생 리스크를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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